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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책

샘 고슬링의 Snoop

삽질남 2014. 3. 14. 00:24

  아... 이 책은 올해 설 연휴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서야 겨우 다 읽었다.


  중간에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사기를 다 읽고 정리하느라 그랬는지, 아니면 전주여행 이후로 허리 통증이 다시 악화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읽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다.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읽다 보니 반복되는 내용 때문에 중간에 지루함을 느낀 것도 원인인 것 같다.)


  표지에 있는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이라는 말과 같이, 이 책은 상대의 성격, 성향을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샘 고슬링이 논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의 심리학과 교수인 것 처럼 이 책은 다양한 심리학적 실험을 통한 연구 결과를 '저자 나름의 방식에 따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읽기 좋게 쓰여졌지만 책을 읽고, 나중에 제대로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외우고, 어느정도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본인도 내용을 확실히 숙지하지 못했는데, 책을 필요할 때 꺼내 보면서 부분부분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저자가 '상대를 꿰뚫어보기' 위해서 단서로 사용하는 것은 상대가 가장 많이 생활하는 '공간'과 공간 안에 있는 '사물'들이다. 인간의 근원적인 성격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개인적인 공간인 집과 사무실에 나타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공간을 잘 분석하면 인간의 성격,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메인 주장이다. 책에서는 각 공간에 나타나는 특성, 단서에 따라 snooping! 당하는 상대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홈페이지, SNS 프로필 등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알아낼 수 있는 성향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으며, 면접 상황에서는 성실성, 외향성 정도만을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상황에 따라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의 성향이 제한적이라는 말은 좀 충격적이었다.)


  특정 공간에 대해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는 과거의 경험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도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 흔들의자에 앉아 계시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행복감을 느낀 기억이 있다면, 흔들의자가 있는 공간에서 비슷한 행복감을 느낀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내가 부둣가나, 어시장, 수산시장에 가는 것을 좋아하나... 싶다. 나중에 좋아하는 친구,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행복한 추억이 있었는지를 알아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책에서는 이러한 snooping (앞에서 말한 '단서로부터 성향 알아내기' 를 snooping이라고 이야기한다.)을 할 때에 거짓 단서에 속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Snooping 기술을 잘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활용하게 되면 사람들을 대할 때, 이성친구 선물을 해줄 때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마치고 있다. (이성친구의 집이나, 사무실을 볼 기회가 언제 생길진 모르겠지만....)


  저자는 '상대'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응용하면 나도 파악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방과 내 연구실 책상은 항상 쳐다보는 곳이니까!) 그리고 그 덕분에 나 스스로도 많이 생각하고 있던 내 단점에 대해 더욱 확실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 단점은 비밀...)


  책에서는 공간이 바뀔 때 성격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바뀔 때 공간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내 방과 연구실의 사진을 찍고, 내 생활습관이나 특정 성향이 어떤 식으로 변해가는지를 snooping하면, 나를 반성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읽다보니 좀 지루했지만, 이것저것 이야기할 거리가 있어서 재밌는 책이었다.


  다음 읽을 책은... 교양 서적은 아닐 것 같고, 알고리즘 공부가 하고 싶어져서 알고리즘 관련 서적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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