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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전시회

2012. 12. 23. 서울시립미술관 <팀 버튼 전>

삽질남 2012. 12. 30. 15:58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팀 버튼 전에 다녀왔다. 사실 난 미술 전시회에 많은 관심이 있다거나, 일일이 찾아가면서 전시회를 찾아 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전시회에 가게 된 이유는 내가 동아리에서 다녀온 여름전훈의 3조 조장이었고, 12월 초 즈음 갑작스럽게 '이렇게 3조 친구들과의 연락이 끊어진다는게 안타깝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급히 애프터 날짜를 12월 23일로 잡고, 무엇을 할 지 찾다가 결국 팀 버튼 전을 보게 되었다.



바보같은 내표정...함께한 일행들!


입장 티켓. 현대카드가 있어서 나 포함 4명이 2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티켓팅 하는 곳에서 주는 팜플렛. 서울시립미술관장, 주최측, 팀버튼, 큐레이터의 인사말과 안내 설명이 있다. 전시회의 구성도 설명되어 있다. 사진은 방에서 찍은 것!



  티켓, 팜플렛을 전시회장 안에서 배포하는 신문 형태의 책자와 함께 둔 것. 책자의 왼쪽 위에는 'Tim Burton Limited'라는 말이 적혀 있다. 팀 버튼 전 가이드와, 해설, 팀 버튼과의 인터뷰 내용, 그리고 그림 몇개가 실려 있다. 티켓과 팜플렛에 가려져 있는 그림은 '로미오와 줄리엣' 이라는 그림으로, 로미오를 땅에, 줄리엣을 바다에 비유한 그림인데, 팀 버튼 스타일이 뭔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그림인 것 같다.



  전시회장 입구에 서 있는 Toxic boy이다. 사진에서는 커다란 눈 하나만 있는데, 반대편에 눈이 훨씬 많이 있어서 더 기괴하다! 사진 찍는 손님들도 많이 보인다. 사실 나도 Toxic boy의 표정을 따라하면서 사진을 찍었지만, 비공개로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앞에 보이는 것이 2층 전시회장 입구이다. 늦게 합류한 ㅅㅎ이와 ㅅㅈ이의 모습도 보인다.



  전시회장 내부의 사진은 예상대로 찍을 수 없었다. (작품을 사진으로 찍는 것은 나쁜 짓이지!)


  작품들은 팀 버튼이 Burbank에서 살던 어린 시절 그의 작품 (Surviving Burbank, 성장기), 18세에 캘리포니아예술학교 (Cal arts)에 입학한 이후부터, 월트 디즈니 영화사에서 일하던 시절의 작품 (Beautifying Burbank, 성숙기), 그리고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되었을 때의 작품 (Beyond Burbank, 전성기) 으로 분류하여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을 쭉 따라 걸으며, 전시된 작품을 순서대로 보면 그가 어떻게 성장해 왔고, 생애 순간순간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를 보면서 든 생각은, 그의 컨셉은 어린 시절부터 확고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B급 괴물영화를 즐기고, 공동묘지를 찾는 것을 즐겼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들은 성장기, 성숙기, 전성기 가리지 않고 모두 어린 시절 그가 경험하고, 보고 느낀 것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괴물이라는 단어만으로 표현하기엔 작품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기는 부족할 것 같지만...) 대부분 작품이 괴물을 이용하여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는데, 가끔 무엇을 풍자하며 메세지를 던지는 느낌의 작품도 보이고, 그저 특정 속성을 가진 괴물을 표현 한 것도 보였다. 괴물같이 생기긴 했지만 이상하게 미워할 수 없는 느낌의 캐릭터들이 많다.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형이나, 영상 작품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 '빈센트'라는 단편 영화가 기억에 남는데, 빈센트라는 어린 아이가 자신의 어두운 내면과, 외부에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간섭을 그의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순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어린시절의 팀 버튼을 본 적은 없지만, 어린 시절의 그가 정말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걸으면서 벽에 붙어 있거나, 진열대에 놓인 작품만 보다가 영상을 보면서 잠깐 앉아 있을수 있던것도 좋았던 것 같다.


  그가 영화 감독으로 명성을 떨치던 시절의 작품들은, 대부분 그의 영화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크리스마스 악몽에 나오는 잭의 오만가지 표정을 표현한 해골바가지(?)도 모두 전시되어 있으며, 거기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 인형들도 다 전시되어 있다. 저런 인형을 조금씩 옮겨가면서 일일이 사진을 찍고, 이를 이용해서 동영상으로 만들었다니... (스톱모션 애니매이션) 전시회때는 잘 몰랐지만, 알고나서는 더욱 그를 '거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배트맨이나, 가위손 같은 실사 영화보다는 애니매이션 쪽이 내게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거 때문에 '조장님 초딩같아요'라는 말도 들었다.) 분명히 눈에 보이는 캐릭터나 주인공들은 기괴하고, 괴물같다고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그런 캐릭터들이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고민을 똑같이 하고, 가질 수 있는 감정을 똑같이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고민, 감정, 소망들을 인간세계에서, 인간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팀버튼이 만든 세계에서 그 괴물같은 (팀 버튼 스타일의 캐릭터 같은... 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캐릭터들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 공감이 가면서도, 비현실적이고, 기괴하지만 동심을 선사하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이것이 내가 느꼈던 팀 버튼이라는 사람의 작품관인 것 같다.


  감상 외적으로 놀랐던 것은, 860여점에 달하는, 그것도 그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만든 작품들이 유실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archive를 얼마나 잘 관리해왔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인데... 나도 저러한 점은 좀 본받고 싶다. (읽은 논문 정리라던가, 작성한 코드 git repository라던가.....ㅠ.ㅠ)


  팀 버튼이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미술 작품을 보는 재미도 느낀 것 같아서 좋았던 것 같다. 다음에도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이런 전시회에 사람들과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전시 정보

전시명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팀 버튼 전>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덕수궁 옆이에요)

전시일시 : 2012.12.12 (수) ~ 2013.04.14 (일)

전시 시간

- 화~금 : 오전 10시 ~ 오후 8시

- 토, 일, 공휴일 : 오전 10시 ~ 오후 7시

- 뮤지엄데이 운영 : 매월 2회 (첫째, 셋째 주 화요일) 밤 10시까지 연장 개관

- 매표 및 입장 마감 시간 : 관람 종료 1시간 전


도슨트 (전시 설명) 운영시간 : 평일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 6시 (총 4회 운영, 주말, 공휴일에는 운영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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