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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에라자드 청음 후기

삽질남 2014. 1. 27. 00:50

얼른 후기를 남겨야 당시의 느낌을 까먹지 않을 것 같아서 기록해 본다.


ㅇㅎㅇ형의 셰에라자드 가자는 글에 낚여서ㅊㅇㅎ군과 함께 셰에라자드에 토요일에 다녀왔다.


전날 있었던 연구실 회식의 여파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기가 싫었고, 그냥 청음샵이라길래 뭐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뭐 고급화 되어봐야 고만고만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별 생각없이 매장에 들어갔다. 매장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따뜻한 느낌이 나는

내부 인테리어와, 온 벽에 진열되어있는 헤드폰과 이어폰이 인상적이었다.


맨 처음 집어든 것은 IE80. 어디서 이름을 본 것 같아서 이놈을 청음하라고 샵 중간에 둔 이상하게 생긴 재생장치에 꽂고 청음을 시작했다. '어? 이거 귀도 편하고 소리도 왜이렇게 깔끔하지?' 하는 느낌을 받으며 별 생각없이 장르별로 여러 음원을 재생해 보고 있었다. 이 MP3인지 뭔지 모를 기기가 궁금해서 조금 자세히 살펴보는데 안에는 FLAC음원이 가득 들어있었는데 이 순간까지만 해도 '아 역시 청음샵이구나!' 하고 별 생각없이 넘어갈 뻔 했다. 그래도 무언가 심상치 않아 이름을 보니 Astell&Kern AK100이라는 DAC이고 가격이 67만원(?기억이 정확하지 않다.)이라고 한다.


그 때부터 조금씩 집중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 곳은 남자가 가져서는 안될 (정확히 말하면 남편이 가져서는 안될) 3가지 취미중 하나인 '오디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난 그 순간까지만 해도 오디오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몰랐지만...


그 비싼 재생장치 옆에 있는 AK120은 백...몇십만원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숫자가 20 뛰었을 뿐인데 뭔 가격차이가... 아쉽게도 그 DAC로는 청음해 보지 못했다.


IE80은 밸런스가 괜찮고, 저음이 퍼지는 느낌도 없으며 클래식음악 재생에 적합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청음샵에 있는거라서 물건이 좋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음으로는 헤드폰을 이것저것 뒤져봤다. 오디오테크니카랑 (모델명이 기억나지않는다 ㅠㅠ), 젠하이저 모멘텀, 엠페리어 등 이것저것을 들어봤는데 모멘텀은 정말 물건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밸런스도 괜찮은 것 같고, 소리가 엄청 작은것도 아니고, 가격도 도전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IE80보다 소리가 더 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왜 헤드폰이 더 불편할까... 하는 의심을 하면서 서서히 멘탈이 깨져갔다. 그러고 나서 ㅎㅇ형이 헤드폰보다 이어폰을 많이 보시길래 이어폰을 다시 쳐다보고는데, IE80이놈의 가격이 50만원이 넘는걸 그때서야 확인했다. 이 순간부터 멘붕이 시작된 것 같다.


자세히 보니 옆에 IE800이란 놈이 있었다. 왜 이놈만 IE라는 코드 뒤에 붙은 숫자가 백단위지? 하는 의심을 가지면서 가격을 보니 백만원이 넘는다. 어디 가격만큼 기능이 좋나? 싶어서 DAC로 꽃의 왈츠를 재생하면서 이어폰을 귀에 꽂는데...


와... 진짜 이래서 오디오를 취미로 하고, 오디오에 미치는 사람이 생긴다는것을 그 순간 깨달았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각 제조사별 가장 높은 라인 제품만 쭉 청음해 보는데, 너무 이것저것 많이 듣고 새로운 세계를 깨닫다 보니 골치도 아프고, 집중력도 떨어져서 정말 피로하고 힘들었다.


오디오란 놈이 정말 위험한 취미라는 생각은 드는데, 그 순간의 느낌을 떠올리면 지금도 오디오에 미쳐버릴 것 같다. 나 좀 위험한 것 같다.


오늘 롤 같이 한판해주면 ㅎㅇ형이 IE800을 사준다고 했는데, 롤 어러판 해드렸으니 곧 IE800을 사주실 것 같다.


돈 모아서 DAC만 장만할 수 있도록 해 봐야겠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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